강남은 숨죽이고, 노원과 봉천은 왜 오르고 있나
부동산 뉴스에서 "집값 잡힌다"는 말을 들어보신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나요.
이번에도 정부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까지.
그런데 시장은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구조를 오늘 풀어드리겠습니다.

4년 만에 부활한 '양도세 중과', 무슨 뜻인가
2022년 5월부터 지금까지 약 4년간,
다주택자들은 세금 부담 없이 집을 팔 수 있었습니다.
중과 유예(重課 猶豫)란 말 그대로,
다주택자에게 무겁게 매기던 세금 부과를 잠시 미뤄놓은 상태입니다.
그 기간 동안 2주택자든 3주택자든
일반 누진세율(6~45%)만 적용받았습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9일, 그 유예가 끝났습니다.
5월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파는 다주택자는
2주택자라면 기본세율에 20%p, 3주택 이상이라면 30%p가 추가됩니다.
지방소득세까지 합치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집을 팔면 차익의 8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유예 종료 직전,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정책 발표 이후 시장은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유예 종료 하루 전인 2026년 5월 8일,
서울 전역에서 단 하루에만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700건 몰렸습니다.
세금이 올라가기 전에 팔겠다는 다주택자와
그 매물을 잡으려는 매수자가 동시에 움직인 결과입니다.
월별 신청 건수를 보면 분위기가 더 잘 드러납니다.
2월 5,194건 → 3월 8,673건 → 4월 1만 208건.
유예 종료 직전까지 시장이 얼마나 뜨겁게 반응했는지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매물이 쏟아지는 동안에도 서울 집값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중저가 아파트가 고점을 갈아치우는 이유
가장 주목할 변화는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의 움직임입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전용 84㎡는
10억 5,000만 원에서 13억 1,000만 원으로 직전 고점을 경신했습니다.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전용 71㎡ 역시
6억 1,000만 원에서 8억 5,000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강남이 아닙니다. 강북 외곽과 서울 중하위권 단지들 얘기입니다.
이 현상이 발생하는 구조는 세 가지로 설명됩니다.
첫째, 강남권은 토허제(토지거래허가제)와 양도세 중과라는
이중 규제가 겹치면서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습니다.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상황이 되자
실수요 매수세가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습니다.
둘째,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전세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결심을 하는 실수요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리는 곳은 당연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 즉 중저가 지역입니다.
셋째, 공급 자체가 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2월 초 약 5만 6,000건에서
3월 21일 약 8만 건까지 늘었다가, 4월 들어 다시 7만 7,000건대로 내려앉았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피해 급하게 팔았다가
팔리지 않은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흐름입니다.
수요는 있는데 매물은 줄어드는 구조, 그게 가격을 밀어 올립니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왜 20점인가
정부는 2025년 10월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양도세 중과까지 부활시켰습니다.
규제 강도만 보면 역대 최강 수준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요.
서울 집값은 3월 말 주간 0.12% 상승하며 반등했고,
중저가 단지들은 신고가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 역설의 본질은, 정책이 '수요'를 겨냥하는 동안
'공급'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양도세를 올리면 다주택자가 집을 안 팝니다.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면 임대 매물이 줄어듭니다.
토허제로 묶으면 거래가 줄고 매물도 줄어듭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시장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감소하는
'매물 잠김'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당장 5월 10일 이후, 중과세가 다시 적용되면서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기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버티는 쪽이 유리해진 구조입니다.
세금을 내고 팔기보다 증여나 법인 전환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보유세 강화와
비거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을 검토 중입니다.
매수를 고민하는 실수요자라면 지역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남권은 토허제와 양도세 중과가 겹쳐
단기간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진입 가격대도 높아 세금 규제 외 금리 변수도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서울 강북 외곽과 경기권 저평가 지역은
수요가 유입되는 초기 국면으로, 가격 상승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살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연말까지 수도권 집값 5% 이상 상승 전망은
공급 부족과 수요 전환이라는 구조적 조건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보유세나 1주택자 갈아타기 규제까지 손댄다면
시장의 흐름은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에 의한 가격 상승 압력이
다주택자 못지않게 커졌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건드리느냐가 다음 국면의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번 양도세 중과 부활은 수요를 억누르는 데는 일부 효과가 있지만,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집값 하향 안정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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